[밀린 이야기들]
여태 군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노트에 끄적였다. 지금에서야 그 이야기들, 나한테 남긴 메모들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한다. 내 군생활 기준으로는 꽤나 오래전 일들이고 과거 회상처럼 느껴지나 아직 군생활을 앞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조금이나마 가이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뒤늦게 포스팅한다.
[2021.11.15 - 오랜만에 전화]
최근에 가장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지금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중이다. 학기 막바지라 그런지 바빠 보였다.
내가 먼저 요새 생각이 많다고 얘기를 꺼내자 늘 그렇듯 내 생각을 먼저 물어봐주었다. 나는 다름 아닌 미래에 대한 고민, 남들이 앞서고 있는데 난 정체된 기분, 제대 후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될지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깊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평범한 미국인, 혹은 유학하는 학생처럼 대학 생활을 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 공부에 매료되어있지 않을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 및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고 꿈을 설계해도 ‘지금은 군대’라는 벽에 막혀 circular thinking을 하다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스스로의 상황에 한계를 느끼는 것이 요새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내가 오히려 부럽다고 했다. 여느 대학생과 같이 학업에 치여, 비교적 낯선 환경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떨어진 곳에서 혼자 버티는 것이 생각보다 고되고 향수병에 빠져든다고 했다.
군대에 갇혀있는 지금 내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누구보다 많은 것은 어떻게 보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진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할 수 있는 친구, 기댈수 있는 연인도 없는 시간이기에 고민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학업에 치여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도 대학이라는 환경 속에서 더 도움을 많이 받고 질 높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대학생의 시간이 더 값지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 2022.06.30 :결국에 돌아보니 시간의 값어치는 스스로가 매기는 것이였다. 나 스스로가 내 시간의 값어치를 헐값으로 매기면 종이 쪼가리와 다름없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일분일초를 아끼는 습관을 들이는 생활을 하면 군대라 할지라도 시간이 값지다.
[2022.04.08 - Friday Afternoon Notes]
요새 시간이 정말 안간다. 휴가 복귀 이후 대략 2주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는데 지금 이 바로 그때 느낌이다. 2월 3월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내가 관심 있는 공부를 하고 매일 근무 들어가는 일상에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거 같다. 이번 주는 처음으로 5일 연속 평일 오후 근무를 들어갔지만 공부 효율은 바닥이었다. 그 외에도 하루하루가 정말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어느덧 300일 복무기간을 채운다. 그리고 300일 문턱에 다다른 지금, 심각한 번아웃이 왔다. 과연 5일 연속 근무 들어간 것이 공부 효율을 떨어뜨린 것인지 내 의욕이 줄어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 휴가 생각이 유독 많이 드는 것도 번아웃을 의미하는 심리상태인 거 같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 내가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우고 꿈꾸는 엔지니어가 되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의욕이 줄어들었다. 반복적인 생활패턴, 답답한 근무 환경, 어수선한 공부 환경 때문에 빨리 지치고 집중도 잘 안되는 거 같다. 4월에 쉬는 날도 없는데 벌써부터 지치면 안 되는 것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다음 주 목요일에 외진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회복해보려고 한다. 그 어떤 보직보다도 많은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그에 대해 감사하고, 더더욱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목표가 있으면 구체화시키고, 목표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다. 내가 본래 어떤 사람인지 잊지 말자.
지금 나한테 필요한 처방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한다. 혹은 잠시 CS 공부에서 휴식을 가지고 영어책을 읽으면서 녹슨 영어 실력에 기름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끝.
[앞으로의 예고..]
밀린 이야기들은 다음 포스트까지로 해서 모두 올릴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준비해둔 이야기들을 올릴 건데, 머릿속에만 있고 아직 작성되지 않은 내용이라 천천히 정리해서 올릴 것이다. (휴가, 코로나 전/후 군생활, 통역병 등등)
'A Day in the Life > The Milit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 이야기 7 - 첫 번째 휴가 (0) | 2022.07.01 |
---|---|
군대 이야기 6 - 지금까지의 기록들, 그리고 앞으로의 예고 part 2 (0) | 2022.07.01 |
군대 이야기 4 - Setting Short & Long Term Goals (0) | 2022.06.19 |
군대 이야기 3 - Busy Weeks (0) | 2022.06.19 |
군대 이야기 2 - 군복무 50%, 드디어 상병! (0) | 2022.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