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Day in the Life/The Military

군대 이야기 3 - Busy Weeks

by JK from Korea 2022. 6. 19.

날짜: 2022.03.07

 

[근황]

상병 포스트에 이어서 오랜만 아닌 오랜만에 포스트를 올려본다. 이번 포스트는 정말 근황 얘기?를 해보려 한다. 근황이라 하면 그냥 어제오늘 일어난 일들을 말한다..

 

[공모전 제출]

일단 저번주 금요일에 대략 2주 동안 준비해온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했다. 육군 관련된 엠블럼과 캐치프레이즈를 제작하는 공모전으로 엠블럼 디자인에 꽤나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아쉽고 걱정되는 부분은 내가 디자인한 부분이 90% 정도라는 것이다. (정말 양심적으로 내 작품을 평가했을 때..)

 

 

위에 사진이 내가 공모전에 제출한 사진인데 좌측에 탱크가 보일 것이다. 이 탱크를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 내 선택은 인터넷 스크랩이었다. 그래서 구글에 탱크 이모티콘이라고 검색해서 나온 이미지를 이번 공모전 주제에 걸맞게 redesign 한 것이다. 탱크의 몸체를 거의 다 가져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난 디테일한 면들만 손봤다. 그래도 백지상태에서 저 엠블럼을 혼자 만들었다는 게 정말 뿌듯했다. 참고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폰 13에서 sketch book이라는 앱을 통해서 그렸다. 디테일 부분에 신경을 쓰느라 핸드폰만 주구장창 봤는데 진짜 눈 빠지는 줄..

 

→ 2022.04.20 업데이트: 공모전은 멋있게 탈락했다. 뽑힌 공모작 들을 보아하니 “간결성” 항목은 거짓이었나 보다. 간결은 무슨... 포스터 뺨치는 그래픽으로 꾸민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퀄리티는 그래도 인정한다.. 공모전을 더 도전해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패배의 맛은 늘 쓰다..

 

[인천공항 통역병 지원 서류 및 증명서 준비]

아무튼 2주간 고생한 작품을 속 시원하게 (솔직히 탱크 놈 때문에 맘이 좀 불편쓰..) 제출했는데 제출함과 동시에 인천공항 통역병 파견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학병을 지원하지 않은 것이 아주 조금은 후회된다. 군입대 전에는 어학병을 위해서 시간 투자해서 공부하는 것이 세상 아깝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조금은 어리석지 않았나?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통역병을 찾아보면서 어학병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자료들과 후기들을 읽어봤는데 어학병이 생각보다 괜찮은 곳에서 괜찮은 사람들과 괜찮은 업무를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어학병 후기를 읽어도 이해도 안 가고 뭐가 뭔지 몰랐는데 이제 다 아는 상태에서 보니까 Big Picture가 보인다. 정말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맞다.

 

다시 통역병 얘기로 돌아와서.. 통역병 공지를 보고 그날 헬스를 하면서 그리고 잠들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결정을 했다. 그냥 단순히 pros & cons를 따져보았다.

 

인천공항 통역병 지원
Pros Cons
  1. 영어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회화 실력은 본래 실력 근접해지도록 노력해 볼 수 있다.
  2. 개인 시간이 하루에 일정 시간 보장된다.
  3. 보기 싫은 간부들을 6주간 안본다. 이 사람들은 정말 보기싫은 사람들이다.
  4. 좀 더 자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복장부터 먹는거까지..
  5.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엘리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6. 6주간의 군생활을 살살 녹이는 것이다.
  7. 솔직히 말해서 뜻깊은 일을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을 도와주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이니까..
  1. 지금 부대에서 행정병과 무전병을 담당하고 있다. 행정병은 내가 정말 힘들게 꽤찬 꿀보직 자리이고, 무전병은 내가 운좋게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행정병을 해서 내 몸이 편하고 무전병을 해서 내가 하루에 5시간 이상씩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역병으로 6주간 부대를 비울시 내 보직을 잃을 수도 있다.
  2. 기존에 헬스장 개편을 통해서 운동기구들이 좋아졌다. 운동을 못할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한다.
  3. 8개월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놓은 조용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포기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에게는 나의 힘으로 쟁취한 꿀보직 그로 파생되는 (근무 중) 보장된 공부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군생활을 돌아봤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라고 기억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볼 때 뿌듯해할 수 있는 “결정” 자체를 하고 싶다.

 

It’s about time I take a leap of faith.

 

결론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고 통역병 지원 서류부터 절차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어학 성적과 해외 체류기간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들이었다. 어학성적은 토플 114점이 있고 해외 체류기간은 7년으로 만점으로 예상하지만 증명 서류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걱정이 좀 있었다. 미국에서 거주한 시기는 내가 2살 때부터 7살 때까지라서 그때의 기록이 남아있는지, 그리고 아부다비에서 국제학교를 다닌 것을 인정해줄지, 토플 점수는 사실 2년 만료 기간이 넘었는데 인정이 될지 등등의 문제들이 머리를 채웠다. 그래서 지난 이틀간의 주말을 사용해서 자료들을 모으고 토플 성적도 정말 힘들게 오늘 드디어 찾아냈다. 2년이 지나면 아예 토플 웹사이트 상에서 지워지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군대 지원할 때 업로드했던 성적표를 다시 다운받았다. 진짜 과거 여행 제대로 했다. 토플 성적 유효 기간이 만료됐는데 어떻게 제출하냐고? 정말 운 좋게 현재 코로나 상황도 고려해서 19년도 1월부터의 성적들을 인정해주고 있다. 나는 19년도 9월에 받았기 때문에 제출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5년 동안 살았던 기록은 내 출입국증명서에 없었다. 나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당시 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여권을 만들고 비자 신청을 했어서 다른 여권에 있었다. 이 자료가 결정적인 증명 자료라서 못 구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결국 구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정권 점수로 지원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대장한테도 말해놔서 내일 자료들을 준비해서 제출할 예정이다.

 

→ 2022.04.20 업데이트: 통역병은 합격했다. 내가 지원한 시기 1등으로 말이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문제는 이제 격리 해제를 실시하면서 통역병 수요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파견가기도 전에 마감할듯한데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진짜 플리즈.. 이 지옥에서 날 구해줄 것은 파견 밖에 없다.

 

[헬스장 개편]

우리 부대 헬스장은 정말 돈 받고도 안 다니고 싶은 곳이다. 6평 남짓되는 공간에서 12명씩 운동하고 기구 같지도 않은 기구로 쇠질 하고.. 그동안 나름 즐겁게 운동하면서도 만약 내가 좀 더 좋은 기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가 아쉬웠다. 그리고 이런 게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간부들한테 거듭 건의를 했다. 헬스장 이거 바꾸고 저거 해달라 등등. 그리고 그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사용 인원 제한을 함과 동시에 기존의 기구들을 새 걸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구들 중에는 내가 지금 정말 필요로 하는 기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내일 기구들을 보러 갈 예정이다. 헬스장 기구를 바꾸는 전날은 설레서 잠이 안 오는 법..

 

→ 2022.06.01 업데이트: 하... 군대 일처리란 참... 뭐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아직까지도 기구는 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전역하고 올 듯ㅎ 군대는 희망을 품거나 기대라는 것을 하면 처참하게 밟힌다.. 처음부터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그래서 지난 일주일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말이다. 나름 소소한 도전들이자 크고 작은 결정들이었고 나의 노력이 느껴져서 “좋은 하루”였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흔치 않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18개월 간의 군 생활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군생활을 즐기는 놈은 정말 군생활에서 엄청난 발전을 하는 사람이거나 그냥 모자란 놈이다. 나는 절대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내 살길을 찾기로 결정했고 계속해서 험난한 여정을 해 나간다.

 

부디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Adios!

 

728x90
반응형

댓글